감동을 전하는 글

이주노-박남정-현진영과 비보이 생활하다 연 900억원 매출 분식체인점 사장이 되다

편부운 2014. 5. 14. 10:03


이상윤 스쿨푸드 대표 인터뷰

미국 최대 중국 음식 패스트푸드 판다익스프레스(Panda Express)가 오는 6월 한국에 진출한다. 판다는 1983년 중국 청년이 미국에서 창업해 현재 1644개 매장에서 연 2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체인이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숱한 구애(求愛)에도 움직이지 않던 판다가 국내 파트너로 택한 것은 중소프랜차이즈인 ‘스쿨푸드’. 창업자 앤드루 청(Cheng) 회장이 스쿨푸드의 회사 소개서를 보곤 “대기업보다는 당신처럼 성장해온 회사와 함께하고 싶다”며 동업(同業)을 제안했다고 한다.

‘스쿨푸드’를 창업한 이상윤(46) SF이노베이션 대표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요리라곤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중학교 중퇴생 출신. 부모가 이혼하면서 형과 단둘이 서울 신사동 근처의 조선일보 지국에서 신문을 돌리며 생계를 해결했다.
스툴푸드 창업자 이상윤 대표 /이진한 기자
스툴푸드 창업자 이상윤 대표 /이진한 기자
방황할 뻔 했던 그를 사로잡은 건 춤이었다. 이태원에서 이주노·박남정·현진영 등과 함께 밤업소에서 비보이 생활을 했다. 그는 “언더쪽에선 나름 춤꾼으로 소문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면서 DJ보조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1994년엔 댄스그룹 ‘C4’란 이름으로 데뷔도 했지만 앨범을 낸 지 두달만에 결핵에 걸려 이마저도 그만뒀다.

재기(再起)의 발판은 ‘김밥’이었다. 2002년 서울 논현동에 월세 40만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에 형과 함께 밥솥 하나 달랑 놓고 김밥 장사를 시작했다. 김밥을 만들 줄 몰라 계란말이 김밥 만드는 할머니한테 김밥을 받아다가, 신문 돌리면서 익힌 강남 지리를 바탕으로 배달을 했다. 두 형제가 나란히 앉아 김밥에 오징어먹물 넣고 스팸도 넣어보고, 두 달 내내 이태원 동아냉면만 먹으면서 연구해 냉면도 만들고, 까르보나라 소스에 떡볶이를 넣는 등 남들이 안하는 시도를 거듭했다.
이주노-박남정-현진영과 비보이 생활하다 연 900억원 매출 분식체인점 사장이 되다
차츰 단골이 생기면서 3년 뒤에 서울 가로수길에 ‘스쿨푸드’ 첫 매장을 냈다. 분식집이지만 가게는 카페처럼 꾸몄다. 이 대표는 “비보이였을 때 꿈꿔왔던 것처럼 밥먹으면서 뮤직비디오도 틀어주고, 음식도 예쁜 도자기 그릇에 냈다”고 했다. 지금은 연매출 900억원, 83개 지점을 가진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가 됐다. 이 대표는 음식, 경영을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는 “남들만큼 못 배워도,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면 성공할 것이란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스쿨푸드는 분식의 통념을 깨는 신(新)메뉴로 유명하다. 김밥 속에 멸치·볶음김치·오징어먹물·날치알·스팸·불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대표 메뉴 ‘마리’를 비롯해 까르보나라 떡볶이, 명란크림 떡퐁듀, 장조림버터비빔밥과 같은 식이다.
“보통 외국인들은 한식(韓食)이라고 하면 불고기·김치·비빔밥밖에 모르잖아요. 전통을 살리면서도 젊고 새로운 한식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외국에서 먼저 요청이 와 현재 미국·일본·홍콩·태국·인도네시아 등에 매장 6곳을 냈다. 한식 세계화 공로로 2012년엔 청와대 초청까지 받았다.
이주노-박남정-현진영과 비보이 생활하다 연 900억원 매출 분식체인점 사장이 되다
이 대표의 경영 원칙은 좀 비싸더라도 최고 재료만 쓰고, 무한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것. 김은 완도산, 멸치는 남해산, 밥은 일반 쌀보다 1.3배 더 큰 ‘신동진쌀’을 사다가 다시마를 넣고 짓는다. “음식은 잘 모르지만 김하면 완도김이고, 멸치는 통영멸치 잖아요. 그래서 제일 좋은 재료만 갖다 썼어요. 다른 곳은 캡사이신 정도를 정확히 따져서 만들어 매운 맛이 어딜 가나 똑같지만, 우리는 공장에서 매년 고추, 배 직접 사다 갈아서 소스 만들어요. 사시사철 매운 맛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저는 그래도 이게 맞다고 봐요.”
이 대표는 “마리(김밥)는 7000원, 까르보나라 떡볶이는 1만원을 받으며 ‘비싸다’는 불평도 많이 들었지만, 재료만은 10년 넘게 바꾸지 않고 고집을 지켜왔다”고 했다.
이주노-박남정-현진영과 비보이 생활하다 연 900억원 매출 분식체인점 사장이 되다
이 대표는 ‘손님들 오래 기다리면 안 된다’며 직영점엔 직원들을 수십명씩 배치한다. 가장 붐비는 목동점은 132㎡(40평) 규모 매장에 아르바이트생까지 60여명이 일한다. ‘어릴 때 형과 단둘이 못 먹고 살았던 생각’에 매장을 새로 낼 때면 항상 주변 어린이집·고아원 아이들을 개점 하루 전날 초청해 배불리 먹인다. 매장끼리 경쟁하지 않도록 매장 수도 딱 120개로 정하고, 그 이상은 내지 않을 계획이다. “눈앞의 매장을 보고 먹자고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거기 가서 먹자’고 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 스쿨푸드 외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이프릴 마켓’, 한국형 선술집 ‘김 작가의 이중생활’, 카페형 레스토랑 ‘카페리맨즈’ 등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